비포 선라이즈 (1996)

Before Sunrise 
8.8
감독
리차드 링클레이터
출연
에단 호크, 줄리 델피, 안드리아 에커트, 어니 만골드, 하노 푀스츨
정보
로맨스/멜로 | 오스트리아, 스위스, 미국 | 100 분 | 1996-03-16





여자친구가 봤다길래 나도 보기로 해서 봤다. 별 생각없이 봤는데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 글은 영화 줄거리를 담고 있으니 영화 보신 분들이 읽어 주시면 좋을 것 같다.


여자주인공의 원피스가 지난 8월 Tuning day때 여자친구의 원피스랑 비슷해서 뭔가 설레였다. 그럼 이런 유형의 원피스가 남자들의 혼을 가져가는 걸까? 오호 나중에 여친님에게 원피스를 한번 더 부탁해야겠다.






굉장히 많은 대화들이 오간다. 각본을 쓸 때 주인공들의 성향이 대화에 잘 묻어나도록 신경써서 쓴 것 같다. 그 중 인상 깊었던 몇가지 장면이 있어 인용했다.













주인공은 어릴 때 경험을 얘기하는데 때묻지 않은 순수한 친구였던 것 같았다. 3살 때 경험이래는데 이 일을 부모님에게 얘기하는데 현실에서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며 다그치셨다는 거였다. 그는 그렇게 순수함을 뒤로한채 자라서 여행 중에 주인공 여자를 만난 거였다. 이야기가 계속 진행되면서 두 사람의 시각 차이는 계속 있게 되는데 남자는 여자를 통해 3살 때의 자기의 순수함을 찾게 되는 것 같다.








이 외에도 다른 부정적인 대화의 여러 장면이 있지만 세상에 찌든 남자에게 여자는 매력있는 존재로 다가온다. 영화에서 계속 되는 두 사람의 입장 차이는 영화가 진행될수록 여자가 말하는 "밝은 색깔"이 강조되는하다.











영화 초반부에 레코드가게의 청취실에서 뭔가 찌릿찌릿한 상황이다. 두 사람이 만난지 얼마 안된 때라 더 설레는 듯하다. 인상 깊은건 둘이 번갈아가며 서로를 사랑스런 눈빛으로 응시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몇번이고 번갈아가며 서로를 보는데 동시에 마주보기는 부끄러운 그런 상황이다. 이 장면만 몇번이고 돌려봤다. 이때의 노래가사도 인상적이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이런 태도로 대해야한다고 얘기해주는 것 같다.









둘이 처음 만났을 때 남자가 현대사회의 급격한 인구증가 현상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과거 인구가 적을 당시의 영혼들이 쪼개져서 현대의 인구가 된거다 그래서 이렇게 인구가 많다라고 얘기를 했었다. 그래서 각 사람이 너무 각기 다른 파편화된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화가 흘러가다가 둘은 점쟁이를 만나 손금을 보게 된다. 그리고나서 점쟁이가 돈을 받고 떠나면서 저런 말들을 한다. 너네는 별들이라고, 우주의 파편들이라고 말한다. 나는 이 장면에서 순간 두 장면이 오버랩되었다. 우주의 파편이라는 것은 일정한 속도와 방향으로 무한정 운동하는 것들이고 어느 중력이나 특수한 힘을 만나 그 운동상태가 변하기도 하는 것인데, 주인공들을 그런 우주의 파편(Stardust)이라고 부르는 점쟁이의 말이 마치 당신들은 광활한 우주에서 만나기로 되어있는 존재들이요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광활한 우주에서 시공간적인 것이 맞아 떨어져서 만난다는 것은 확률이 굉장히 적을 것이다. 사실 영화의 내용은 남자와 여자가 기차에서 각각의 일정(운동) 속에서 만나게 된다. 그러다가 남자가 내려야 할 비엔나에서 그는 그녀에게 같이 내리자고 설득한다. 이 장면은 마치 일정하게 움직이는 어떤 우주파편이 특수한 다른 외부의 힘에 의해 운동성이 변하는 것 같았다. 마치 운명인듯 두 남녀는 비엔나에서 내려서 하룻동안 같은 궤도를 비행하게 된다. 인생에 있어 몇번 안되는 아니면 한번 뿐일 운명적 상대에게 끌리는 남녀사이의 중력 같기도 하다.













위의 대화 이전에 둘은 사랑에 대해 상처받은듯 부정적인 말들을 나눴었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되면서 둘은 순수한 사랑을 하게되고 과거 받았던 상처들에 대항하듯 그리고 그동안 들어왔던 이별과 안좋은 결과들에 대항하듯 순수함의 괘도를 비행하기 시작한다. 영화 보는 내내 이런저런 것 안따지고 정말 순수하게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여기 커플 처럼 온전히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초반부 남자가 3살 때의 순수함이 냉정한 세상에 부딫혀 억압되어 살다가 이 여자를 만나 인생의 아름다움에 대해 얘기하면서 갈등도 하지만 점차 순수해져가는 과정이 마음을 따시게 했다.


마지막에 둘은 헤어져야 할 시간이 오는데 그때 남자는 솔직한 고백을 하게 된다. 그 전에 나눴던 우리는 하루로 족하다는 대화를 뒤엎고 다시 만나고 싶다고 고백한다. 현실은 둘의 순수함을 묵살시키지만 달아오른 둘의 감정은 여기서 폭발해버리고만다. 둘은 똑같은 장소에서 6개월 후에 보자고 약속을 한다. 이 장면에서야 사랑이라는 관점의 완전한 반전이 일어난다. 자존심을 잊고 밝은 색깔을 보자고 말이다.


영화 전체는 하루를 담아내고 있지만 마치 인생 전체를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늘 인생의 선배들은 죽음을 맞이하면서 사랑하기에는 인생은 너무 짧다고 말하고 죽기 전에 늘 사랑에 대해 후회를 한다. 처음에는 사랑에 대해 회의를 갖기도 하지만 인생에 있어 중요한건 결국 열렬히 사랑하는 것 같다. 꼭 이렇지는 않을 수 있지만 영화는 시간이 흐를수록 사랑받고 사랑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마지막에서 헤어져야 할 시간에 둘은 약속한다. 6개월 후에 다시 만나자고 말이다. 평생을 사랑했지만 시간이 더 가더라도 혹은 영원하더라도 6개월 후에 다시 보자는 말은 다음 생애에서 다시 만나자는 말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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